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새누리당 분위기가 심상찮다. 작년 연말 이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과 분당 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으며 거의 폐족 수준까지 몰렸지만, 최근 들어 다시 힘을 내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연찬회에서 "그동안 책임과 반성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 많이 위축돼 있었다."고 전제한 뒤, "이 마음을 계속 가져가면서도 (이젠)행동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정 원내대표는 전날 공개회의 석상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보수 이념과 가치에 힘을 다하겠다는 세력은, 우리 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무책임한 좌파 세력의 집권을 막고, 올바르게 가려면 우리 당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보수의 적통'임을 자임했다. 풀죽어 있던 이전과는 분명 다른 모습이다. 새누리당이 이같이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배경에는 일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 상승에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하차 이후, 범보수진영 주자로는 황 대행이 유일하게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당 지도부는 황 대행의 지지율이 10%를 넘어서자 "국민들이 새누리당을 용서해 준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선 채비에 나섰다.또 보수 적통을 놓고 경쟁 중인 바른정당의 예상 밖 고전도 한몫을 하고 있다. 알앤써치가 이날 발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전주 대비 0.5%포인트 상승한 41.0%로 1위를, 새누리당은 전주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11.6%지만 2위를 유지했다. 이어 국민의당은 전주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10.6%로 3위, 바른정당은 전주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6.8%로 4위에 그쳤다. 여전히 바른정당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는 점이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바른정당은 공식 창당 이후에도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데다, 당내 대선 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지지율도 아직까지 3% 안팎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바른정당에 입당할 가능성이 높았던 반 전 총장마자 중도 하차하면서, 바른정당의 추가 동력은 더욱 상실된 상태다.이런 상황이 되자 당 내 대선주자들의 잇단 출마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지지율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인제 전 최고위원, 원유철 안상수 의원이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데 이어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조경태 의원 등이 출마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여기에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며, 재판 중인 이완구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도 무죄 선고 시, 대선 후보 경쟁구도에 뛰어들 전망이다. 한 때 '불임정당'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었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는 분명하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예상보다 빨리 '보수본색'을 드러내게 된 데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세력이 늘어나면서, 보수세력이 점차 결집하고 있다는 점이 주요인으로 분석된다.지난 주말 열린 태극기집회에는 기존에 참석했던 친박계 김진태 의원 외에도 윤상현, 조원진 의원 등 핵심 의원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대선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비대위원도 참석했다. 원유철 의원도 조만간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이와 관련 친박계 핵심 중진 의원은 "나도 이제 태극기 집회에 참여할 생각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샤이 박근혜' 층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황 대행의 지지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많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꾸며 이제 보수의 중심에서, 국민만을 보고 일하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