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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묘책은 오직‘방하착(放下着)’ 하나뿐이다

세명일보 기자 입력 2017.02.03 16:12 수정 2017.02.03 16:12

어떤 사람이 죽어 염라대왕에게 끌려 왔다. 염라대왕이 “너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았기에 지옥에 왔느냐”고 묻자 그는 “나를 가르쳐 주는 선지식과 지도자가 아무도 없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살아있을 동안 건강하던 사람이 병들어 고생하는 것을 보았느냐”고 했다. 이에 그는 “그런 사람은 수없이 보았으며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이에 염라대왕은 “세상에 그것보다 더 훌륭한 선지식이 어디 있느냐”며 꾸짖었다. 이어 뒤이은 질문에서 “주위에서 이 세상을 하직하는 사람들을 보았느냐”고 물었다. 물론 여러번 보았다고 대답하자 “ 이 세상에서 죽음처럼 훌륭한 스승을 보고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라고 나무랐다. 세상에서 늙고, 병들고, 죽는 이치는 그대로 훌륭한 선지식이며 살아 있는 선지식을 단면적으로 일어주는 우화이다. 어떤 스님이 시자(侍者) 한명을 거느리고 산중 암자에 살고 있었다. 스님이 건강이 좋지 않아 시자를 시켜 뜸을 뜨고 있는데, 아랫마을에 사는 한 사람이 올라와 “스님 뭘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뜸뜨고 있네.” 그러자 마을사람은 손가락을 짚으면서 “갑자을축...” 하더니만 “스님, 오늘은 뜸뜨기엔 안좋은 날입니다”라고 했다. 즉시 스님은 “얘, 시자야. 오늘 안 좋단다. 그만 하자”라고 했다. 스님과 손님은 차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손님이 내려갔다. 그러자 스님이 시자에게 “시자야. 하던 것 계속하자”라고 말했다. 놀란 시자가 “오늘은 안 좋다면서요.”라고 하자, 스님은 “안 좋은 거 다 내려가 버렸다!”라고 했다. 불가에서 이야기되는 선문답 가운데 알려진 하나의 답이다. 불교 수행법 중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를 놓아 버려라’는 뜻이다. 모든 번뇌는 자기 마음으로 인해 생기는 것. 사회를 탓하고, 부모를 탓하고, 가난을 탓하고, 나쁜 머리를 탓하고, 남들을 탓하고, 하는 이런 마음들을 모두 버리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고요히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다 보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다 나 자신으로부터 발생한 문제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내 안의 문제다. 바꾸어 말하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내가 내 삶을 창조해 내는 조물주이며, 나의 신(神)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내 안의 문제이기에 안이 바뀌면 밖도 바뀌게 마련이다. 이 얼마나 명료한 답인가? 요즘 우리사회가 심각한 아노미상태에 빠져 있다.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하여 사회, 정치,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가 안정감을 잃으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도시 직장인들은 국가안보의 위기감으로 살얼음판을 걷는듯 걱정이 태산이고, 아예 미래의 꿈을 접은 지 오랜 국가의 행태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사회를 구성하는 세포인 가족이 불행해지고 실직 가장은 노숙을 하면서 거리를 떠돌고 있다. 취업이 안 된 대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며 밤잠을 설치며 거리를 헤매고 있다. 빚에 짓눌린 40대 농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사회를 탈출하고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이다. 이런 사회 환경에서 일탈의 길을 걷는 청소년들은 늘어나고 있다. 사람을 죽이면 어떻게 되나 하는 호기심 때문에 동생을 죽이고, 전교수석을 하는 여중생이 경제적인 이유로 원조교제를 하는 기막힌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해체적인 전반적 현상이 별다른 대책이 없는 가운데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금에 있어 권력을 향한 대선 놀음만이 가속화하고 형국이다. 정부는 무력하고, 정치인들은 사리사욕에 빠져있는 형국이고. 일부 언론은 반정부논리에 빠져 국가이익은 뒷전에 미룬체 선동정치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아무리 이렇다 해도 국가를 포기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마음을 밝게 가지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가 수많은 스승을 통해서 새로운 지식을 얻지만 그것은 단편적이고 지엽적일 뿐이다. 그보다는 우리의 삶 속에서 보다 깊고 의미 있는 가르침을 배 워야 한다. 염라대왕의 질책 또한 바로 현실 속에서 귀감이 되고 스승이 될 만한 것에 눈뜨게 하는 중요함을 일러주는 묘책 아닐까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찾아보면 도처에 스승이 있고 묘책은 있다는 계시. 깊은 선정(禪定)에 들어있는 스님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모두 방하착 하라는 깊은 지혜의 알림을 듣습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내면이 어두우면 힘든 일이생기고, 외부환경이 아무리 나빠도 자신의 내면을 밝게 해주면 사방이 밝아지는 법이다. 힘들게 뿌리 내린 나무는 아무리 거센 폭풍우가 와도 흔들림이 없는 법이다. 자신을 개혁하겠다는 우리의 정치인들,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우리의 정당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방하착放下著’하자. 누가 먼저 버리느냐에 따라 모든 성패는 갈린다. 독한 겨울 바람한줄기 매섭게 불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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