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영국의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총리가 브렉시트 경착륙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달러 대비 파운드화 환율은 지난해 10월 급락사태 이후 처음으로 1.2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메이 총리가 오는 17일 강경한 내용의 브렉시트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14일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 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영국의 국경 통제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보도했다.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16일 뉴질랜드 오클랜드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는 전거래일 대비 1.6% 급락한 1.198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최저치다. 파운드는 지난해 브렉시트 투표 이후 지금까지 달러 대비 19% 하락했다. 선데이타임스는 브렉시트 경착륙과 관련된 메이 총리의 발표 내용을 어떻게 입수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영국 총리실 측은 선데이타임스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블룸버그 측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웨스트팩 뱅킹의 선임 전략가인 숀 캘루우는 “런던 외환시장에서 파운드가 회복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 경착륙의 영향은 아직 파운드화 가치에 완전히 반영된 게 아니다”라면서 “앞으로 수주 안에 추가 급락(flash crash)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최근 몇 달 사이 메이 총리는 EU 단일시장 접근권보다는 국경통제를 통한 이민자 유입 억제를 선택하겠다는 입장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브렉시트 경착륙에 대하 우려를 증폭시켰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0월 2일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이민자 유입 억제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메이 총리 발언의 여파로 달러 대비 파운드화 가치는 1985년 이후 31년 만에 최저치인 1.1841달러까지 곤두박질쳤다. 지난 8일에는 스카이뉴스에 출연했을 때에도 EU 단일시장보다 이민 통제를 우선시할 것이란 입장을 재차 확인시켜주면서 파운드가 추락한 바 있다.메이 총리는 17일 연설에서도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포기하더라도 국경 통제 권한을 완전히 회복하는 길을 택할 것임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대신 세계 여러 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기 위한 관세동맹 협상에 박차를 가할 방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 총리는 지난해 10월 영국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늦어도 올해 3월 말까지는 브렉시트 협상을 공식적으로 시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영국 고등법원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3일 "정부는 왕실 특권(royal prerogative) 만으로 리스본조약 50조에 따라 유럽연합(EU)에 탈퇴의사를 통보할 권한이 없다. 이는 'EU법 1972' 규정과 의회 주권의 근본적 헌법 원칙들에 반한다"고 판결했다. 브렉시트는 의회의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판결을 한 것이다. 영국 정부는 즉각 대법원에 항소했다. 영국 대법원은 이달 중 이와 관련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지난달 하원은 3월말까지 EU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겠다는 메이 총리의 계획에 대해 찬성 461명, 반대 89명 등 압도적 표차로 지지했다. 한편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브렉시트에 대해 "아주 대단한 일(great thing)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5일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신 영국인들은 아주 대단하다(great).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는 이어 EU가 난민 위기로 깊은 손상을 입었다면서 다른 EU 회원국들도 영국을 따라 EU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국민과 국가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원한다"면서 영국이 브렉시트를 택한 것도 자국만의 정체성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트럼프는 취임 후 몇 주 안에 영국에 양자 간 무역협정을 제안할 것이며, 메이 총리도 빠른 시일 안에 만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