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촉발한 산업구조 재편과 맞물려 노동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코드'에 맞는 신(新)직업 발굴에만 골몰할 뿐 '산업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국책연구기관인 한국고용정보원은 새해 벽두부터 비관적인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10년 안에 국내 직업종사자 61.3%는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담겼다. 4차 산업혁명발(發) 노동시장 충격은 고소득 전문직보다는 단순직 저임금 근로자에게 더 크다는 예측도 곁들였다. 보고서의 예측대로라면 단순노무직의 90.1%가 인공지능·로봇에 대체된다. 이 직종 근로자 10명 중 1명만 겨우 살아남는다는 것이다.청소원, 주방보조원, 청원경찰, 주차관리원, 세탁원, 매표원, 주유원, 복권판매원 등의 직종은 로봇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 노동시장에서 퇴출된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4차 산업혁명이 달가울리 없다. 이처럼 노동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되자 정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과 연관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위 '뜨는' 직업을 찾는데에만 열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경우 핀테크전문가, 증강현실전문가, 원격진료코디네이터 등 신(新)직업을 집중 육성하고, 국비로 지원하는 직업훈련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직종으로 개편하는 추세다.정부가 급변하는 미래 직업세계에 대비하고 미래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문제는 이런 추세로 인간의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해서 산업재해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인공지능을 정점으로 한 기술 혁신으로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생산 공정 전반을 로봇이 통제·관리하게 되면서 그만큼 작업 현장에서 사람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낮아진다. 그렇다고 로봇을 맹신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재해사고율이 '0%'로 뚝 떨어질 것이라고 방심하는 건 금물이다. 인간과 로봇이 극한 작업을 '협업'한다고 가정해보자. 둘은 한 몸처럼 긴밀하게 상호작용 해야하고 고도의 집중력도 필요할 것이다. 그 와중에 잠깐이라도 로봇이 오작동한다면 자칫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이런 유형의 산재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롭게 대두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노동환경과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안전관리 프로그램 마련을 모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구체적인 플랜은 커녕 관심조차 미미한 실정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그에따른 새로운 유형의 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시대 변화를 반영한 산업재해 예방 시스템을 개선하고 안전 패러다임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할 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