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착공을 목표로 했던 현대자동차그룹 신사옥(GBC,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이 서울시의 인허가가 늦어지면서 하반기나 돼야 착공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현장 방문까지 하면서 사업을 챙겼지만 예상치 못한 착공 지연에 그룹 수뇌부에서는 관련 보고도 미룬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2일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따르면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예정대로 6월 중에 착공되도록 청렴건설행정 지원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로부터 건축 인허가를 받아 1월부터 GBC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미 해당부지는 철거를 대부분 마치고 착공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신사옥 건립지 인근 사찰인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고 서울시의 행정 절차 역시 미뤄지면서 건축 인허가도 늦어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 청장이 직접 '6월 착공'을 언급하고 나섰다. 강남구 입장에서는 현대차 GBC가 들어설 삼성역 일대의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을 통합 개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6월 착공으로 시기를 정한 것이다.반면 서울시 측에서는 6월 착공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절차가 별 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가능하지만 민원이나 절차 지연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미뤄지면 하반기에나 돼야 된다는 입장이다. 최경주 서울시 동남권사업단장은 "행정절차가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 내듯 시간에 맞춰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심의가 늦어지거나 통과를 못하면 지연될 수밖에 없다"면서 "6월 착공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GBC는 교통·환경영향평가와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심의위원회, 서울시 건축위원회 승인을 통과해야지만 모든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인근 자연 생태계와 수질 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는 환경영향평가가 봉은사의 민원 등으로 인해 이제야 평가서 초안을 만드는 기초 작업이 진행 중이다. 봉은사 측은 "105층의 GBC가 들어설 경우 일조권이 침해를 받을 뿐 아니라 엄청난 높이 때문에 하루 3시간 이상 사찰에 햇볕이 들지 않게 돼 문화재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며 "서울시가 전례 없이 신속히 개발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재벌 특혜'"라는 의견이다. 다만 서울시 측은 봉은사의 민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간 대화로 해결할 수 있어 인허가 일정이 장기간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애초에 현대차그룹이 GBC 착공 계획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무리 서울시의 인허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1월 착공은 불가능한 일정이지만 윗선의 무리한 지시로 인해 판단 착오를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허가 지연으로 착공이 늦어지면서 이에 따른 금융 비용 손실과 더불어 협의 과정에서의 추가 비용 지출 등의 손해를 볼 것으로 보인다. 보상금액이 예상보다 더 커질 경우 현대차는 서울시에 내야하는 1조7000억원 상당의 공공기여금 외에 추가비용을 더 부담해야한다. 이미 GBC는 현대차그룹이 10조원을 배팅해 부지를 사들였고 부지 매입비와 별도로 2조5000여억원의 건축비가 투입될 예정이라 자금 압박이 심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임원 인사를 앞두고 GBC 착공이 계획보다 6개월이나 늦어지면서 해당 임원들 역시 답답해하는 상황"이라면서 "그룹의 핵심 사업인 만큼 속도를 내고 있지만 착공 전부터 걸림돌이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는 아는 내용이 없으니 서울시에 문의하라"면서 "착공 인허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