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아니다. 이 꽃들은 '붓으로 그린 그림'이다. 첨단 기기가 넘치고 이미지 홍수시대에 굳이 이렇게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가 박종필(39)은 젊은작가답지 않게 팔순 '단색화가'들처럼 수행자의 면모를 보인다."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고수하는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사물을 관찰하고 칠하기를 반복하는 수행성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회화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다.홍익대 회화과 출신인 작가는 케익이나 캔디, 꽃과 같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소재를 즐겨 그리고 있다. 즉흥적이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인스턴트 세상이 주는 반항감일수도 있다. 사진으로 찍고 또 합성할수 있는 프로그램을 거부한 그림은 오히려 더 인공적이다. 진짜보다 사실적이고 화려해 기이한 느낌까지 선사한다. 그림은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흐트리며 눈을 교란시킨다. 자세히 보면 그림속엔 가짜 꽃도 있다. 가짜의 질감을 느낄 수가 있는데 오리지널과 시물라크르의 대비적 관계를 보여준다. 화면에 붓질로 박제한 화려한 꽃 그림은 삶의 양면성과 이미지의 존재론을 사유하게 한다. 실제의 이미지와 가짜의 이미지를 중첩시켜 '그 사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너무나 완벽하여 현실에서는 꿈꿀수 없는 퍼펙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그림은 이미지가 경쟁력이 되는 현대인의 집단적 초상같다. 박종필의 '화려한 꽃 그림'을 볼 수 있는 전시는 7월7일부터 서울 청담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린다. '움'을 타이틀로 20여점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