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에 개최된 우버의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최대의 기관투자자 캘퍼스(CalPERS)를 위시한 주주들이 대거 CEO 코스로우사히의 보수 패키지에 반대표를 던졌다. 미국에서는 주총에서 주주들이 고위 경영자 보수에 대해 찬반투표를 하는 제도가 있다. ‘Say-On-Pay’라고 불리는데 구속력은 없지만 무시할 수 없다. 주주들의 경영진 평가이기 때문이다.
옵서버지에 따르면 2019년의 경우 미국 S&P 500 기업 주주들의 평균 찬성률은 90.5%였다고 한다. 이번에 우버 주총에서는 70%라는 저조한 찬성률이 나왔다. 회사가 작년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내용의 보수 패키지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코스로우사히는 2017년에 CEO로 영입되면서 회사의 시가총액이 90일 이상 1,200억 달러를 넘으면 1억 달러의 주식을 보상으로 받기로 했다. 작년에는 총 4,240만 달러를 수령했는데 기본연봉 100만, 보너스 200만, 주식 3,740만, 비용 200만 달러다. 우버는 2019년에 상위 7인의 경영자에게 총 1,140만 달러의 기본급과 7,100만 달러의 주식을 보수로 지급했었다. 우버의 작년 매출은 141억 달러였지만 85억 달러 적자를 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우버 서비스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 우버는 최근 상근직원의 14%인 3,7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CEO는 2020년 나머지 기간에 무급으로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CEO의 기본 연봉은 100만 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물론 상징적인 의미는 작지않다. 피아트, 메리어트 등 대기업과 대다수 항공사의 CEO들도 2020년 무급을 선언했다. 본인이 코로나 환자인 BT의 CEO는 급여의 절반을 영국 국민건강서비스(NHS)에 기부한다.
회사가 잘되려면 기여가 큰 경영자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실적에 연동된 보상체계가 인센티브를 높인다는 것이 보편적 이해다. 그런데 오너 경영자의 경우에는 보수 외에도 배당과 주가상승 이익이 있다. 전문경영인 경영자의 경우에는 그 요소가 없거나 극히 작아서 보수로만 인센티브를 조절하게 된다. 이 때문에 오너 없는 미국 대기업 경영자들의 보수가 천문학적이 된 것이다. 경영자 보상체계가 경영학에서도 큰 연구분야가 되었다.
과거에도 여러 형태의 경제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기업들은 필요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과거와 다른 양상의 미래를 펼칠 것이라고들 한다. 아직 대다수 기업들이 급한 불 끄기에 바쁘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의하면 약 53%의 기업이 보수체계 손질에 대해 관망 중이다. 경영진 보수체계 손질은 회사 안에서 하방으로 파급효과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단순히 할 수 있는 작업도 아니다.
2020년에 적용될 보상체계는 이미 지난 연말부터 준비된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조사에 따르면 4월 초를 기준으로 S&P 500 기업의 10%만이 경영자 보수를 삭감했다. 주로 전통 제조업과 에너지 등 타격을 크게 받은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이고 종업원 구조조정이 크거나 정부의 지원을 많이 받는 기업들이다.
코로나19 시대에는 성과를 나누는 방법뿐 아니라 고통을 분담하는 방법에 대한 합의도 필요하다. 유럽의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투자대상 기업 경영자들에게 고통분담 요구를 발송했다. 기관들은 금융위기 때 성행했던 방식인 현금의 비중을 줄이고 주식의 비중을 늘리는 방식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고 한다. 시장이 정상화된다면 진정한 고통분담이 아니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단순히 임원들의 급여반납이라는 방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다. 코로나19 시대라고 해서 인센티브와 합리적인 보상체계가 불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코로나19 시대에는 과거보다 더 강력하고 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고 합당한 보상체계는 그런 리더십 출현에 도움이 된다. 그 보상을 당사자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개인적인 가치관과 판단에 맡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