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천여 명이 산업건설현장에서 죽음을 당하고 있다. 같은 안전사고에 해당하는 교통사망사고 4천여 명을 합하면 매년 5천여 명이나 무고한 죽음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자연적인 생로병사가 아닌, 인재로 산자의 목숨을 빼앗아가는 산업현장 ‘죽음의 묵시록’은 무엇인가? 왜 억울하게 죽어나가야 하고, 왜 반복되는 사고를 막지 못하는가?
그 불편한 진실은, 외주, 하청, 민영 등의 무자비한 이윤착취 때문이다. 정상적인 표준원가계산의 이윤을 초과한 현장실행 원가계산을 빌미로, 이중삼중으로 이윤을 착취하고 불법적인 외주나 하도급으로 도저히 안전을 지킬 수 없는 ‘죽음의 묵시록’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힘없는 소규모사업자와 노동자들 피를 빨아먹는 대한민국 산업현장의 ‘러시안 룰렛’ 게임에 치가 떨리도록 분노한다.
정상적인 표준원가계산의 이윤은 10~20%정도이나, 산업건설현장의 실행예산은 30~40%로 늘려서 이중삼중으로 외주나 하도급을 돌리다보니 하청은 순공사비에서 줄이기 어려운 인건비와 자재비를 제외한 안전관리를 비롯한 제경비와 이윤을 까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정상적으로 80%정도 되는 순공사비에는 노후, 지진, 충격 등 비상시에 대비한 안전율이 적용되어 실재하중이나 내구력보다 안전율만큼 보강이 되어있는데, 이마져 악용하는 최악의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사람생명을 지켜줄 안전을 팔아먹는 것이다.
국가·사회의 산업건설행정도 품질과 안전위주로 패러다임을 바꿔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가격경쟁의 불안한 최저가낙찰제보다 품질경쟁의 안전한 적정가낙찰제로 개선해나가고, 산업건설현장의 안전과 품질관리 같은 중요한 책임사항은 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안전보장을 위한 안전율 적용(설계·시공·제작·검사)을 단 한번이라도 어기는 경우에는 산업건설업 분야에서 영구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당장 터지지 않을 만큼의 자재나 인건비 등을 빼먹고 시험이나 검사를 조작하는 행위는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중산층을 이루었던 소규모기업·자영업자, 노동자들 대부분은 1997년 IMF 사태로 국부유출과 사회양극화를 겪으면서 빈민층으로 내려앉았다. WTO 세계화경제로 기업인수·합병과 정리해고, 외주, 하청, 민영 등이 성행하면서 개선장군 같은 CEO들은, 주주들의 단기이익 극대화에만 목숨을 걸고 노동자들의 생존과 산업안전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특히 경영효율화 명분으로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임금을 착취하기 위하여, 외주, 하청, 민영 등을 전가의 보도처럼 여겼다. 이천 물류창고 화재참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생되어온 사회악이다.
1970년 전태일 열사가 죽고, 50년 지나 또 김용균 열사가 죽어도, 산업현장의 묵시록은 깨어지지 않았다. 아직까지 주52시간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국민소득 3만 불이 넘는다는 대한민국에서 2천만 노동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고, 노동조합 조직률은 10%밖에 안 된다. 대한민국 노동환경이 이렇게 열악하다 보니 이천참사 같은 대형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산업현장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모처럼 ‘포스트 코로나’로 대한민국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산업건설현장에서는 아직도 원시적인 ‘죽음의 묵시록’이 엄습하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K-팝, K-방역, K-야구로 이어지는 코리아 특급열차를 타고, 남북을 관통하여 8천km 실크로드 대륙으로 유럽땅 끝까지 달려갈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생각을 해보면, ‘포스트 산업안전’도 주목받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해외에서 보여준 MADE IN KOREA 일류건설을 국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 ‘죽음의 묵시록’을 이제는 끝장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