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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漢字로 보는 世上] 전화위복(轉禍爲福)

안진우 기자 입력 2020.04.12 18:07 수정 2020.04.12 18:07

배 해 주
수필가

바꿀 轉 재앙 禍 될 爲 복 福
전국책(戰國策)의 연책(燕策)에 실린 글이다. 재앙이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 나쁜 일이 원인이 되어 좋은 일이 된다는 뜻으로, 반화위복(反禍爲福), 새옹지마(塞翁之馬)란 말로도 쓰인다.
연나라의 이왕이 즉위했을 무렵이었다. 제나라의 선왕이 연나라가 상중인 틈을 타 열 개의 성을 빼앗았다. 소진이 선왕을 찾아가 두 번 절하고 엎드려서 경축하는 말을 전한 다음 이번에는 몸을 뒤로 젖혀 조의를 표했다. 선왕이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어찌하여 경축과 조의를 함께 표하는가?”라고 하자 “옛말에, 아무리 굶주려도 오훼(烏喙)라는 독초만은 먹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배 속에 차면 찰수록 굶어 죽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라 합니다. 지금 연이 약소국이라고 하나 진의 사위 되는 나라입니다. 대왕께서 연의 성 열 개를 손에 넣었으나 대신 오랫동안 진의 원수가 될 것입니다. 지금 약한 연을 선봉으로 삼고 강한 진이 그 뒤를 지키게 하여 천하의 군대를 불러들이게 되면 오훼를 먹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선왕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오?”라고 물었다. “제가 듣기로는, 옛날에 일 처리를 잘한 사람들은 화를 돌려서 복으로 삼고, 실패를 밑천으로 하여 성공했다고 합니다. 전하께서는 곧 연의 성들을 돌려주십시오. 연은 이유 없이 성을 얻게 되면 반드시 기뻐할 것입니다. 그리고 진도 자기 덕에 연이 성을 되찾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또한 기뻐할 것입니다. 이것은 원수를 버리고 반석같이 튼튼한 친교를 얻는 길입니다. 이것으로 연과 진은 제나라를 섬기게 되고 전하께서는 성 열 개를 미끼로 천하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선왕은 기뻐하면서 즉시 연나라에 성들을 되돌려 주었다.
세상만사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일만 있을 수도 없고, 반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나쁜 일만 있지도 않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상존하기 마련이다.
때에 따라서는 동전의 양면처럼 이쪽도 있고 저쪽도 있지만, 한 면만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이나 상황은 언제나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들락거린다. 마치 등산길 같기도 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편안함이 있으면 땀 흘리는 수고가 있다. 그러기에 좋을 때는 힘들 때를 생각하고, 힘들 때는 좋을 때를 생각하며 이겨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오르막을 오르고 있다. 등골에서 진땀이 난다. 코로나란 바이러스와 싸움에 많은 국민이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다.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사망자도 숫자를 늘려가고 있다. 많은 국민이 불안에 떨기도 하고 환자를 위해 보이지 않게 고생하는 의료진과 전체를 챙겨야 하는 공무원들 모두 고생을 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맹위를 떨칠 때 우리는 어쩌면 중국을 얕잡아 본 면도 없지 않다. “아직 중국은 의료수준이나 행정적인 대처가 미흡하다고 했다” 그렇게 자만했던 우리가 지금은 정부와 의료계, 행정이 총력대응을 하고 있지만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을 걱정했는데 이제는 중국이 우리를 걱정한다고 하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국가 간의 자존심 따위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때가 아니다.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 오직 코로나를 물리치는 일념만이 중요한 것이다. 힘들 때일수록 앞을 내다 보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한다.
세상사 기회가 위기이고 위기가 기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로 전화위복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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