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는데 잘 모르겠네요”
대다수가 이런 반응이다. 업무나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에게 “매니페스토(manifesto)가 뭔지 아세요?”라고 물으면 머뭇거리다 이같이 대답한다.
업무차 만난 A지역에 거주하는 유권자 B씨는 “평소 투표 때 후보자가 누군지도 잘 모른다. 정당만 보고 뽑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도 “후보자에 대해 공부하고 투표해야 되는 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고 했다.
매니페스토라는 단어는 여전히 낯설다. ‘증거’ 또는 ‘증거물’이라는 어원의 라틴어 마니페스투(manifestus)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과거의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오늘날에 이르러 ‘정책선거’라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쉽게 말하자면 유권자가 정당·후보자의 이미지나 학연·혈연·지연 등이 아닌 공약의 내용과 실현가능성을 보고 한 표를 행사하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그 공약이 실제로 이행되었는지를 감시·감독하는 것이다.
2006년 5월 31일 지방선거를 계기로 선거관리위원회는 매니페스토 정책선거가 우리나라의 선거문화에 뿌리내리도록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오고 있다. 2018년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경우 ‘우리 동네 공약지도’라는 책자를 펴내어 정당과 후보가 주민 친화적 정책·공약을 개발하도록 지원·장려했다.
또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공약서 작성 시 각 사업의 목표·우선순위·이행절차·이행기간·재원조달방안을 반드시 게재하도록 의무화했다.
선거기간이 다가오면 후보자가 정책 선거를 스스로 실천해 나가자는 의미의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맺고 국민 앞에 공정하게 경쟁할 것을 서약한다.
그렇게 실행되고 있는 후보자의 공약을 평가하고 시상하는 매니페스토 경진대회가 해마다 열리고 있다. 그래서 다시 선거시기가 돌아오면 후보자는 그 공약의 이행 성적표를 받아들고 우리 지역의 유권자에게 검사를 맡게 된다.
1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 정치와 유권자의 투표 의식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선진국에 비하면 아직 갈 길이 멀었죠”
“옛날보다는 많이 달라졌어요.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 매니페스토 운동이 성숙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으며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줘야할 것이다.
정당과 후보자는 정치 발전을 위하여 자신의 정책·공약개발에 힘쓰고, 유권자는 그 공약을 중심으로 후보자를 선택하고 이행사항을 감시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할 선거문화이다.
2020년 4월 15일 실시하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는 이 글을 읽고 있는 정당·후보자·유권자 모두 대한민국 선거문화 발전을 위하여 매니페스토 정책선거에 참여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