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전문으로 쓰는 전업시인도 평소 ‘시인의 사명’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생각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필자(김시종)의 경우 비교적 최근에 참된 시인의 책무는 시 창작을 통해, 이 땅 민초(民草)들에게 삶의 기쁨, 행복지수를 높여 드려야 한다고 뒤 늦게나마 깨닫게 되었다.
나를 잘 아는 가까운 마음의 동반자(同伴者)들로부터, 졸작(拙作) ‘삶의 의미’를 읽고 감명이 컸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좋은 시를 지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솔직히 시인의 기쁨은 독자들이 저의 작품에 깊은 관심과 사랑을 갖는 것 보다 더 반가운 소식은 없다.
이웃들이 입맛(?)을 다시는 나의 시, ‘삶의 의미’는 경북선 점촌역 대합실에 ‘대형시화’로 제작되어 대합실 벽에 부착되어 있다. 시의 길이는 5련 15줄(行)이다. 졸시 ‘삶의 의미’ 속으로 들어가 보자구요.
(시) ‘삶의 의미’ / 김시종
만원버스에 한 사람이 타고 내려도,
아무 표도 안 나듯이,
오늘 요단강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도,
지구의 하중엔 하등 변함이 없다.
너의 눈에서 눈물의 폭포가 쏟아져도,
강물은 조금도 불어 나지 않는다.
너의 웃음이 호들갑스러워도,
가지를 스치는 바람만큼도
나뭇잎을 흔들리게 할 수 없다.
그러나
너의 조그만 힘이,
너의 조그만 눈물이,
너의 조그만 웃음이,
지구를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된다.
(1989년 作, ‘전력문화’ 발표)
막차를 타고, 귀가하는 점촌 사람들에게 대합실 벽에 걸린 나의 시, ‘삶의 의미’가 많은 위안을 준다니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좋은 시는 ①쉬운 시 ②깨달음이 있는 시 ③철학적 깊이가 있는 시 ④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시라고 생각해 본다.
전국 도처에서 볼 수 있는 폐교장(廢校場)을 찾아가 보자.
(시) 농촌 폐교장(廢校場) / 김시종
개천절에도 국기를 게양하지 않는
폐교된 초등학교 국기게양대,
빈 하늘이 게양돼 있다.
어제는 우체부 대신
까치가 다녀 갔다.
지난 여름철엔 아동들 대신
뜸북새가 운동장에서 놀다 갔다.
(1993년10월 9일 作
시집 ‘마음으로 읽는 시’(중급)